Game Lab Korea 시작하면서

Game lab korea 를 시작하며, 게임 한글화 정보와 한국어 기록을 한곳에 남겨보려는 이유를 적었다. AI와 인터넷 환경에서 한국어 데이터가 줄어드는 흐름에 대한 걱정, 그 안에서 게임 아카이브와 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개인 사이드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정리했다.

Game Lab Korea 시작하면서
이 글에서 연결되기도 하는 생각이다.

486키즈가 40아재가 될 때까지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했다. 지금처럼 게임이 너무 자연스럽게 소비되던 시절이 아니라, 조금은 불친절하고 조금은 번거롭던 시절이었다. 설치가 잘 안 되면 한참을 붙잡고 있어야 했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메뉴를 대충 눌러가며 게임을 익혀야 했다.

게임 자체가 한글로 되어 있다? 이건 무조건 끝까지 해봐야 하는 전자오락이다. 90년도에 PC 게임에 미쳐 있던 486키즈에서 마흔즈음이 될 때까지 전자오락을 이렇게 쥐고 있을지 몰랐는데 어느덧 이렇게 되어버렸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전자오락이니 뭐니 해도 요즘 세상에 가장 중요한 디지털 문화축 중 하나가 되어버린 지금, 한국 게임시장에 아쉬움을 뻘글로 써본다.

인공지능 시대에 더 신경 쓰이게 된 것

이제 인공지능이 글도 쓰고, 번역도 하고, 요약도 하고, 일을 대신해준다. 편리한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는 건 너무 좋다. 나도 이제는 AI 없는 일과 삶이 상상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럴수록 내 모국어 자리가 더 걱정된다.

한국어는 전 세계 디지털 환경에서 언제나 작은 언어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더 많은 서비스가 더 큰 시장, 더 많은 사용자, 더 효율적인 언어를 중심으로 굴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면 한국어는 너무 당연하게 뒤로 밀릴 것이다.

너무 당연한 시장 논리의 문제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우선이고, 더 넓게 통하는 언어가 우선이다. 한국어는 늘 가장 뒤 어디쯤에 놓인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가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감각과 관계를 바꾸는 환경이라고 봤다. 이 관점에서 AI와 인터넷도 그냥 도구의 변화를 넘어, 어떤 언어가 더 많이 보이고, 더 자주 쓰이고, 더 많이 남는지 결정할수 있는 환경에 가깝다. 한국어로 남은 기록이 줄어들수록, 그 환경 안에서 한국어의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언어는 누가 챙겨주기를 기다린다고 남지 않는다. 누군가 계속 쓰고, 기록하고, 정리하고, 남겨야 한다. 특히 디지털 세계에서는 더 그렇다. 남겨지지 않으면 정말로 없던 것처럼 사라진다.

게임랩코리아도 이렇게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게임과 한국어가 겹치는 자리

나는 여전히 게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PC 게임, 그 안에서도 서사가 있는 게임들을 꾸준히 즐기고 있다. 게이머의 시선에서 "한글"과 "게임"을 겹쳐놓고 보면 답답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어떤 게임을 볼 때마다 늘 한글 지원 여부를 찾아보기 때문이다.

공식 한글화가 되었나? 비공식 한글패치가 있나? 있다면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이 패치는 가장 최신 정보가 맞나?

왜 자꾸 한국어만 빠져 있을까

글로벌 게임들을 보다 보면 일본어와 중국어는 있는데 한국어만 없는 경우를 꽤 자주 본다. 같은 CJK 언어권으로 묶여도, 막상 실제 지원 목록에서는 한국어가 빠져 있는 장면이 반복된다.

화나고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유사 산업군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일부 이해도 된다. 언어 지원도 결국 비용과 우선순위의 문제니까. 특정 언어 사용자가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사주는지,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지. 그런 기준으로 보면 왜 한국어가 후순위가 되는지 아주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더더욱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카이브

게임랩코리아를 떠올린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한국어로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와 흔적을 한곳에 조금씩 남겨보고 싶었다.

수년 전 언제인가 "Steam BB"라는 사이트를 통해 한글화 정보가 모이기도 했었고 (흑역사로 공중분해가 되었지만......) 지금도 스팀 큐레이터 등을 통해 게임 한국어 지원 정보는 수시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온라인 세상에 "아카이브"로서 존재하는 게 없다는 아쉬움이다.

아주 대단한 서비스를 만들려는 건 아니다.

인터넷은 생각보다 잘 잊어버리고, 서비스는 생각보다 빨리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 있는 정보라도 조금 더 오래 남는 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어떤 게임의 한국어 지원 여부를 찾다가 들어왔을 때, 최소한 신뢰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이 게임은 공식 한국어가 있었는지, 누가 비공식 패치를 만들었는지, 어느 버전까지 적용됐는지, 지금도 살아 있는 정보인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말이다.

혼자서는 못하죠

물론 이런 건 혼자 할 수 없다. 게임은 너무 많고, 정보는 너무 자주 바뀌고, 확인해야 할 것도 많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자동화로 돕겠지만, 세상 모든 게임의 한국어 정보를 계속 추적하고 정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정보를 제보하고, 누군가는 잘못된 링크를 고치고, 누군가는 지금도 적용되는 패치인지 확인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그래서 이건 아카이브이면서 동시에 커뮤니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록은 사람 없이 오래가지 못하니까. 그리고 커뮤니티는 단순히 게시판만 많은 공간을 뜻하지 않는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어로 정보를 남기고, 감상을 쓰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크리에이터와 사용자 사이의 대화까지. 이렇게 커뮤니티 게시물이 모이면 결국 데이터가 된다. 더 중요한 건, 전부 한국어로 남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게임랩코리아가 얼마나 잘 될지는 나도 모른다. 아직은 취미생활로 시작하는 개인의 뻘짓에 가깝다.

다만, 온라인 세계에서 "한글"을 쓰는 "게이머"들의 "자연어"가 단 1바이트라도 늘리는 용도로, 최초로 시작하는 지금은 요 정도면 만족 만족.

Game Lab Korea - 대한민국 PC게임 사용자모임
Game Lab Korea, PC Game Community

“오늘날 나라의 바탕을 보존하기에 가장 중요한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이 지경을 만들고 도외시한다면, 나라의 바탕은 날로 쇠퇴할 것이요 나라의 바탕이 날로 쇠퇴하면, 그 미치는 바 영향은 측량할 수 없이 되어 나라 형세를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말과 글을 강구하여 이것을 고치고 바로잡아, 장려하는 것이 오늘의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 주시경 (1876-1914), 국어문전음학(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