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IK VIBSKOV-FABRICATE
기간: 2015년 7월 9일 ~ 12월 31일
주최: 대림미술관
전시 제목: <헨릭 빕스코브-패션과 예술,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 (HENRIK VIBSKOV-FABRICATE)

헨릭 빕스코브전은 대림미술관의 하반기 전시였다. 전시 안내 메일을 받았을 때부터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미루고 있었다. 지난 린다 매카트니 전시에서 얻은 교훈이 있어 이번에는 초반에 서둘러 다녀오기로 했다. 무더운 7월 말 금요일 점심 무렵, 드디어 전시장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관람객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대림미술관이 대중에게 좋은 평판을 쌓아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늘 방문하던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관람객이 많다는 건 더 좋은 전시가 들어올 가능성을 의미하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헨릭 빕스코브에 관해

http://www.henrikvibskov.com
헨릭 빕스코브는 패션과 음악을 넘나드는 종합 예술가다. 젊은 시절부터 주목받았으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융합해 자신만의 패션쇼에 담아낸다.
전시?
대림미술관 전시답게 층별 구성이 명확했다. 각 층에서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관람객은 그 공간에서 충분히 머물며 내용을 흡수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음 층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한 가지 관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라고만 생각했지만(사전 조사가 부족했던 탓이다),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전시였다. 단순히 패션을 넘어서 순수예술, 음악, 미디어아트, 사진까지 다루고 있었고 여러 장르를 빠르게 넘나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이번 전시는 헨릭 빕스코브의 예술 세계 전반을 보여주고, 그러한 감각이 어떻게 패션쇼에 녹아드는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쉬운 점.
좋게 말하면 다양한 예술 장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전시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적당히 준비된 예술가 후원회’를 빠르게 돌아본 느낌도 있었다. 젊은 예술가의 경우 활동 기간이 짧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층마다 제시되는 주제가 흐름 없이 툭툭 던져진 듯한 인상은 아쉬웠다.

또 평소 대림미술관의 강점이라 생각했던 디지털 도슨트는 이번 전시에서 오히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되겠죠” 같은 가벼운 톤으로 전시 분위기를 약화시키는 듯했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왔을 때, 팝아트적인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 옆에는 헨릭의 부티크를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전시장을 찾은 건지 젊은 디자이너의 매장에 들어온 건지 잠시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좋은 점.
복합적인 예술성을 담은 전시였기에 앞뒤 개연성을 따지지 않고 감상해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다만 평소 대림미술관 전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에 느낀 아쉬움일 뿐이다. 지난 린다 매카트니 전시가 한 호흡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면, 이번 전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여러 방식으로 주입받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예술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대림미술관은 젊은 예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기존 프로그램인 D Pass(콘서트, 토크쇼 등)나 Good Night이 헨릭 빕스코브의 실험적 감각과 맞물려 한층 스타일리시하게 변모하고 있었다. 헨릭 빕스코브의 세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에 자연스럽게 끌려올 수 있었으니, 전시와 프로그램이 서로 시너지를 주고받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