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ONthink 4 출시와 인공지능

DEVONthink 4 출시와 인공지능

옛날 옛날 Devonthink 3를 쓰던 시절에…

꽤 오랫동안 DEVONthink를 써왔다.
이 앱을 오래 써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DEVONthink는 늘 묵직한 도구였다. 할 수 있는 건 많은데, 친절하지는 않았고, 대신 “네가 생각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껀방진 태도의 서비스 느낌이랄까..

그래서 DEVONthink 4 베타에 참여하며 인공지능이 붙는것을 보고 “이제는 좀 알아서 해주려나?”라는 기대가 먼저 들었다.
아마도 초창기 부터 쓰던 사용자라면 같은 기대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1. DEVONthink 구버전을 쓰던 시절의 감각

DEVONthink 2, 3 시절부터 이 앱을 써온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지점이 있다.
이 앱은 처음 실행했을 때부터 사용자에게 아무것도 떠먹여주지 않는다.
튜토리얼도 없고, 워크플로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느낌이다.

“자료 모으는 기능과 다양한 기능을 줄께. 정리와 활용은 네가 해.”

오죽하면 서비스 공식홈페이지에서 “Handbook”이란 이름으로 데본씽크 잘쓰기 같은 ebook을 업로드 해놨겠는가.

그래도 방법론이 쌓이고 적응이 되면 사용 방식은 꽤 단순하다.

  • 자료를 모으고,
  • 느슨하게 분류하고,
  • 간이 지난 뒤 검색과 연관성으로 다시 찾아낸다.

처음엔 솔직히 불편했다.
폴더를 어떻게 짜야 할지도 헷갈리고, 분류가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가끔은 그냥 Finder에 넣어두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방식의 장점이 드러났다.
DEVONthink는 정보를 대신 정리해주지 않는 대신,
내가 왜 이걸 저장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썼는지를 그대로 남겨줬다.

그래서 이 앱은 생산성 도구라기보다
생각을 저장하고 다시 발견하는 도구에 가까웠다.
생각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생각을 해두면 몇 년 뒤에도 그 흔적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정의하자면 “엄청나게 효율적이고 빠르며 기능이 많이 붙은 문서 검색 전용도구”에 가까운 상태였다

2. DEVONthink 4, 그리고 AI에 대한 오해의 시작

DEVONthink 4에서 AI 기능이 추가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설정 메뉴와 상단바에 Chat이 생기고, Summarization이 생기고,
Transcription까지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이런 기대가 따라왔다.

“이제 내 데이터베이스를 알아서 읽어주지 않을까?”
“폴더 구조를 이해하고 질문에 답해주지 않을까?”
“자료를 던져주면 판단까지 해주지 않을까?”

지금 와서 보면, 기대치가 꽤 높았다.
AI라기보다는 거의 비서에 가까운 역할을 상상했다.

얼마나 이게 두근거리는 업데이트였냐면, 베타테스터 신청에도 바로 신청해서 참여하였고 의견전달도 열심히했으며,

무엇보다 호구처럼 4.0.0이 업데이트된 바로 다음날 10만원이나 쥐어주고 새버전을 받았으니까…..

(몇달뒤에 블랙프라이데이 파격할인!)

3. 대실망. 구린데?

gemini api와 opneai api를 설정창에 넣고. 간단한 프롬프트와 역할을 설정한 뒤 첫 질문을 던졌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어쩌구 저쩌구’라는 폴더가 있니?”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분명 폴더는 존재하는데, AI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뭐래는거야 멍츙아


“아직 덜 만들어졌나?”

업데이트된 사용자 가이드와 핸드북을 낑낑거리며 몇번 읽어보고 답을 내렸다.
이건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내가 데본싱크에 도입된 AI 기능을 완전히 잘못된 역할로 쓰고 있었다는 문제였다는것을

4. DEVONthink의 AI는 LLM과 다르다

많은 사용자가 DEVONthink의 AI를 어색하게 느끼는 이유는 단순하다.
DEVONthink의 AI는 ChatGPT처럼 행동하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ChatGPT는 기본적으로 에이전트다.
질문이 모호해도 알아서 추론하고,
맥락이 부족해도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내고,
사용자를 대신해 “알아서” 움직인다.

반면 DEVONthink의 AI는 전혀 다르다.

이 AI는 데이터베이스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폴더 구조를 스스로 파악하지도 않는다.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지정한 문서, 범위, 컨텍스트 안에서만 작동한다.

하단에 "Search"에 "Database"를 꼭 선택해야 사용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지식을 가져온다.

즉,
“알아서 해줄게”가 아니라
“어디까지 할지 정확히 말해줘”에 가까운 태도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DEVONthink의 AI는 쉽게 “쓸모없는 기능”처럼 보이게 된다. 반면 이 부분만 고려하면 마치 개인화된 소형 RAG 를 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은 초기 생성형 인공지능이 나오며 수많은 사용자들이 신기해하며 사주팔자 물어보고 지브리 사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다가. 결국 “업무에 써먹긴 힘들겠다”는 결론과 어찌보면 결이 같은 것 같다.

기능의 의도적인 제한으로 꼭 필요한 환경에 맞춰 인공지능을 활성화 시키는것.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기존서비스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5. DEVONthink의 AI도입 철학

상세히 읽고 써보니, DEVON에 AI가 추가된 것은 단순히 유행에 따르기 위함은 아닌것같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오만가지 대화와 기능을 추가해서 아에 사용자 파일/자료 전체를 들쑤시고 다니게 만들었을태니까.

이 앱을 오래 써본 사람이라면, 조금만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개발사가 바라본 방향은 꽤 명확하고,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것같다.

(작성자의 주관적 생각이다)

1) 모든것은 텍스트로

첫 번째 역할은 사고가 아니라 텍스트화다.

이미지, 음성, 영상, 스캔 문서처럼 원래는 검색이 불가능했던 정보들을
검색 가능한 텍스트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AI가 똑똑할 필요도 없다. 정확하면 된다.
괜히 판단하려 들면 오히려 사고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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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해와 정리

두 번째 역할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 정리다.

AI는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대신 긴 문서를 요약하고,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문서의 구조를 드러내준다.

“이게 맞다”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렇게 정리해두면 네가 덜 힘들 거야” 정도의 거리감이다.
이 태도가 꽤 DEVON 스러운 것 같다.

---

3) 정보의 재가공

DEVONthink의 본질은 언제나 재발견이었다.
AI의 결과물 역시 일회성 답변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에 남는 문서 자산
이 된다.

요약본, 전사본, 개념 정리 문서는 다시 연결되고, 비교되고, 재사용된다.
(인공지능 답변을 받은 chat메뉴에서 바로 inbox로 보낼수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열어보면,
과거의 내가 남겨둔 생각을 다시 만나는 구조다.

---

6. 그래서 실제 활용은?

DEVONthink의 AI는 특정 상황에서 특히 힘을 발휘한다.

회의 녹음 파일을 저장하고 Transcription 기능으로 텍스트화한 뒤,
Summarization으로 핵심 안건을 정리하면
회의는 끝나도 문서는 남는다.

물론 클로바 노트나 삼성노트등을 오가면서 작업해도 되지만, 하나의 서비스안에서 이 작업을 다 처리하고 최종문서를 바로 데본싱크 DB에 문서로 저장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당연하게 문서와 녹음파일은 DB상 연결된다.

반복적이고 유사한 과거작업물을 아카이브 하고 구조 요약을 돌리면, AI가 대신 변경할 부분과 변경방향성을 제안하주고.
과거 프로젝트 문서와 메모를 모아 Smart Group으로 묶거나 단순 중복선택한 뒤 Summarization을 돌리면, 이 전에 “내가 뭘 했는지”부터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정리해준다.

즉 AI는 결과물을 대신 만들거나 특정 결과를 찾아주지 않는다. (찾는것은 이미 기본 검색기능이 훌륭하다!) 대신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7. 마무리: DEVONthink AI를 쓰는 관점

DEVONthink의 AI는 “대답해주는 AI”보다생각하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주는 AI에 가깝다.

먼저 텍스트로 만들고, 구조를 드러내고, 판단은 사람이 한다.

이 순서는 변하지 않는다.

출시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업무 / 논문”에 맞춰 생성된 도구스럽다.

어차피 최종 결과물은 생산자가 생각을 담아 재검수하지않으면 똥이 될태니까…

4버전 구매하고 거의 반년이 지나서야 AI기능을 쓰면서 그동안 거지발싸개 같다고 속으로 욕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의미로 이 글을 쓴다.

더 모으고 더 짜집기하면 데본 인공지능도 쪼금 더 똘똘해지겠지.


덤으로 DEVONthink의 AI 설정에 많은 로컬ai기반 기능들이 4.1 업데이트에 포함되어있다. Ollama는 물론이고 openrounter기반의 연동도 추가되어 별도 설치된 인공지능에 직접연결도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맥 기반의 서비스인만큼 (Apple의 맥용 실리콘 모델들)
Apple Vision, Local Speech Recognition 등 Apple 로컬 AI 기반 기능을 선택하면
이미지 OCR이나 음성 전사 작업을 기기 내부에서만 처리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

당연히 "꽁.짜"이므로 꼭 설정해두자.

이 설정을 사용하면 AI 처리가 외부 서버로 나가지 않는다.
민감한 업무 자료나 연구 데이터를 다룬다면, 꼭 setting에 ai 부분을 꼼꼼히 체크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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